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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포] 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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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 없는 연애

보러 갈까 말까를 조금 고민하다가 '역시 보러 갈까'하는 마음으로 기울던 차, 이 영화에 대한 테러 이야기를 접했다. 잔뜩 예매를 했다가 죄다 취소해버리는 식의 졸렬하기 그지 없는 방식으로 영업방해를 한다는 것. 당장 보러가기로 했는데, 예약할 당시 좋은 자리가 전부 나가서 평소보다 조금 뒤로 예매한 뒤... 영화를 보는 내내 좋은 자리들은 전부 빈 채로 있었다. 동성애 영화에 대한 테러는 실존하는 것인가.

이 나라, 한국에서 동성애자, 특히 레즈비언으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일 리가 없다. 똑같은 소수자라고 해도 게이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연애담>의 이야기는 실로 평범한 연애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데, 그래서 더 답답하고 조금은 막막한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만나고, 케미가 타오르고, 위기를 맞이하고, 식기도 하고, 등등. 같은 소재를 다뤘다고 할 수 있는 <캐롤>과 엇비슷한 '동성애자이기에 겪는 페널티'가 여기 얹혀서 뻔할 것 같은 두 사람의 관계에 (이성애자는 부담할 필요가 없을) 방해물을 더하고 또 더한다. 하지만 <캐롤>과 달리 <연애담>의 배경은, 그만, 2016년의 한국인 것이다. 두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고려해 볼 때, 왜 2016년의 한국이 더 답답하고 암울해 보이는 것일까? 답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대사가 극도로 절제된 영화였다. 아무 말 없이, 아무 행동도 없이 언뜻 보면 멍하게 있는 장면들이 무척 많다. 하지만 그저 멍하게 있는 것은 아닌 그런 장면들. 살다보면 침묵의 순간은 많지만, 답답하고 어색한 순간들, 될수록 우린 돌이켜 꺼내보지 않는 종류의 장면들을 <연애담>에서는 주로 비춰준다. 등장인물들 간 의사소통이나 감정의 공유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저 영화에서는 일상적인 대화와 연인들이 할 법한 대화, 신변잡기적인 이런저런 것들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작품 속의 시간은 제법 빨리 흐르지만 두 사람 사이의 알콩달콩하는 자질구레한 요소는 극 중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그저 만나서 사랑했기에, 짊어져야 하는 페널티들이 그런 답답한 침묵의 순간들 사이사이, 하지만 빠짐없이 나타난다. 공감을 쉽게 하지 못한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순간 순간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영화를 만들어 낸 느낌이었다.



결론은 추천.
'한국식 연애'에 흔히 나오는 손목잡아채기, 벽치기, 빽빽 소리지르기, 각종 지랄발광하기 등등이 없는 것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영화였다.



PS) 영화 속에 나오는 한남들이 너무나 평균 이상을 훌쩍 넘어서는 훌륭한 인간들이라는 것이 옥의 티라면 티. 특히 주인공 '윤주'의 남사친은 좀 너무 작위적이지 않은가 싶다.
PS2) 그들이 침묵하는 것을 보며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를 상상해보게 되었다.
PS3)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가씨>보다 이쪽이 좋았다.
PS4) 주인공들이 좋다. <캐롤>의 두 사람을 보는 느낌적 느낌도 있었다.
http://ilwar.com/movie/252367
매력적입니다. 고구마를 잔뜩 주는 영화기는 하지만 추천할만해요. 그나저나 미씽을 보러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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