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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Papers,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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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직접 해본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묘사를 발견했기에 발췌해봅니다.

오영진 (2016). 「유희 자본주의와 컴퓨터 게임」, 진보평론 68호, 294-312.

컴퓨터 게임을 통해 노동과 불안의 문제를 논할 수 있는 흥미로운 텍스트가 여기 있다. 하나는 2013년 인디게임 제작자 Lucas Pope가 제작한 <Papers, Please>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인디게임 제작자인 Scott Cawthon이 2014년 제작한 <Five Nights at Freddy's>이다. 각각 인디게임으로서는 드물게 빅히트를 쳤다. 두 게임은 상이한 시나리오를 담고 있지만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게임 서사 안에서 노동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 둘째, 이러한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 노동의 과정에서 특정한 감정을 유발하고 체험시킨다는 것이다. <Papers, Please>는 아스토츠카라는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에서 시작한다. 주인공은 전형적인 공산주의 국가의 하층민 계급이다. 그의 부양 가족으로는 아내, 아들, 장모, 삼촌 등이 있다. 그는 어느 날 노동복권에 당첨된다. 실업자에서 드디어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된 것이다. 덕분에 게임 속 도시인 그레스틴의 국경 검문소 근처에 위치한 8등급 아파트로 옮겨와 입국 심사관이 된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총 31일 동안 그는 일을 하게 된다. 이 게임은 처음에는 단순한 입국심사 서사를 진행하는 데, 게임의 장르로 치자면 틀린 그림찾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는 신상정보나 얼굴을 대조하며 여권이 잘못된 자들의 입국을 불허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반정부적 인물들의 입국시도에 따른 음모론 시나리오와 도덕적 딜레마를 시험하는 시나리오가 추가된다. 예를 들어 한 할머니는 여권도 없이 아스토츠카로 아들을 만나러 온다. 플레이어는 이를 되돌려 보낼 수도 있지만 눈감아 줄도 있는 것이다. 되돌려 보낼 경우 상급자로부터 칭찬을 듣게 되지만, 눈감아 줄 경우 이후 부정관리가 발각되어 급료가 깎이게 된다. 급료가 깎이면 부양가족의 의료비를 책임질 수가 없어 때때로 장모가 급성폐렴으로 사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이후 경비병으로부터 단순히 되돌려 보내지 말고 구금하게 된다면 그 수당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 들어온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초반 어느 정도 자기윤리를 가지려 애쓰지만 집에 가져갈 급료가 실수로 깎이는 순간부터 부정한 입국관리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시로 찾아오는 반정부세력들은 주인공에게 이 국가의 부당함을 깨달을 것을 요구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동조할 경우, 나는 만약에 있을 상관의 보복을 대비하여, 평범한 여권확인 업무에서 도저히 실수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게임은 이러한 플레이어의 도덕적 선택의 조합을 통해 후에 크게는 혁명과 봉기실패의 시나리오에서 반군의 영웅이 되거나 반대로 처형당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엔딩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관료제 명령체계의 억압과 정부전복세력에 대한 매혹,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이웃에 대한인간으로서의 연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306-307)

(...) 마찬가지로 <Papers, Please>의 플레이어는 하루 하루 생존하기 급급한 나머지 동물화된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의 간악한 플레이 방법의 선택을 자연화함으로써 현실의 위악적 행동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기본적 시스템은 애초 플레이어를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 빠뜨려 고민케하는 것을 목표로 구성되었다. 이 점에서 우리는 희망적이다. 곤살로 프라사카는 컴퓨터 게임의 장점을 시뮬레이션에서 찾고 있다.[곤살로 프라스카, 『억압받은 자들을 위한 비디오 게임』(커뮤니케이션복스, 2008)] 그는 이것을 일종의 연극하기와 같은 것이라 보았다. 게임 개발사가 제공한 것을넘어서는 유저들의 mod[개조나 변형을 의미하는 modification의 줄임말로 게임문화에서는 개발사의 소프트웨어를 유저들이 자기 입맛대로 고쳐쓰는 일을 의미한다.] 플레이가 우리 삶의 다양성을 가상적으로 게임 안으로 들여오는 일은 타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혁신적인 감성교육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Papers, Please>의 문화어 패치 버전에는 유병언, 박정희, 육영수 등의 인물들이 북한으로 부정입국을 시도하는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제작자가 그들을 등장시킨 것은 별 뜻 없이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저문화는 게임소비의 주체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는 일차로 긍정적이다. <Papers, Please>를 공산국가, 전체주의국가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 국정원에서도 이런 수정 시나리오에 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지오웰은 『동물농장』에서 스탈린을 통렬히 비판했으나 그것은 진정한 코뮨주의를 논하기 위해서였지, 코뮨주의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군부대에서는 『동물농장』이 반공주의 서적으로 분류되어 오히려 장려되고 있다. <Papers, Please>는 21세기판 『동물농장』 의 운명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3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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