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새 글

대를 이어야 해.

Ascke명 읽음3개 덧글
정체불명의 뻘소설(?)입니다. 문득 '대를 왜 남자가 이어?'라는 생각이 떠올라서 써봅니다ㅋㅋㅋ
살짝 전지적 한남시점에 주의+생각나는대로 설렁설렁 쓴 글이라 엉성함에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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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근심에 가득 차 있었다. 넷째도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집 대는 누가 잇누... 에잉... 쯧쯧... 이제 어쩌누..."

넷째의 울음소리에 묻혀 명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할머니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 형제들 귀에 제대로 박혔다.
나는 이미 둘째와 셋째 때에도 들었던 말이기 때문에 크게 상처받지 않았지만, 둘째는 아직 적응이 안되어서, 셋째는 처음 듣는 말이라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그나마 처세술에 능한 둘째는 살짝 찌푸린 표정을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되돌렸지만 셋째의 표정은 밝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죄송하지만 저희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집안일이 밀려 있어서요."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어 예의바른 시늉을 했지만 고추 달린 사내놈이 하는 짓이라면 무엇이라도 탐탁치 않게 여기시는 할머니는 미동조차 하지 않으셨다.
멋쩍었지만 더 있어봤자 분위기를 악화시킬 뿐이므로 '가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덧붙이고 둘째와 셋째를 끌고 병원을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기분 나빠. 우리가 남자로 태어난 게 그렇게 죄야?"
"조용히 해, 남들 다 듣잖아."
"들으라고 해! 할머니가 손녀 보고 싶어하시는 건 알았지만 갓난쟁이 앞에서 그렇게 세상 무너진 양 근심하실 것까진 없었잖아. 안 그래?"

셋째는 아무래도 단단히 기분이 나빠진 모양이다. 남자로 살아가려면 성질머리 좀 죽이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둘째도 말리는 시늉은 하지만 셋째의 말이 끝나자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보아 역시 기분이 좋진 않았던 모양이다. 이제 적응할 때도 됐지 싶은데.

"큰형, 큰형도 그렇게 생각하지? 할머니가 너무 심하셨지? 응?"
"남자로 태어난 우리 죄지, 뭐. 너도 그렇고 둘째도 그렇고 할머니는 그 때도 지금처럼 근심걱정 하셨어. 내가 태어나셨을 때도 달가워하지 않으셨겠지."

동의를 구하는 셋째의 말을 부정하며 대답한 말에, 제가 말 해 놓고도 상처를 받아버렸다.
할머니께서 나도 달가워하지 않으신 것은 사실일 것이다. 무서워서 어머니께 확인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아들도 좋지만 대를 이을 딸을 낳아야지.'
'딸도 없이 아들만 셋이라 어째?'
'딸 하나 낳으려고 아들을 셋이나 낳은 거야?'
'아들놈 하나 고추 떼버리지 그랬어? 깔깔깔.'

어머니께서 나보다 더 지겹게 들으셨을 멘트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가 우리 형제들과 동행하시다 지인이라도 만나시면, 인사처럼 딸을 찾아대는 지인들 앞에서 더욱 죄인이 되는 마음은 나 뿐만이 아니리라.
여성은 출산의 모든 부분을 감당하고, 아이는 여성의 모유를 먹고 자라므로 여성이 집안의 대를 잇는 게 맞다고 머리로는 납득하지만 남자 입장에서 자존감이 깎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점점 할머니 앞에서 얼굴조차 들지 못하는 아버지도, 할머니께 인사조차 건네기 어려워진 우리 형제들도 대를 이을 딸로 태어나지 못한 원죄를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
여자로 태어났다면 듣지 않아도 됐을 말을 늘상 듣고 사는 것도, 여자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것도 남자로 태어난 탓이겠지.
이런 세상에 남자로 태어날 거였다면 아예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며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http://ilwar.com/free/250620
정말 대를 잇는다는 말, 절대로 듣고 싶지 않습니다... 켁.
그나저나 한남들은 정말 웃긴게, 이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도 거의 똑같은 말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별 충격(?)이나 공포(?)가 덜 한 것 같아요.
제 글은 높은 확률로 현실 반영을 하고 있지요! ㅋㅋㅋ

남자가 당하면 말도 안 되고 불합리한 일을 여성은 늘상 당하고 있는데 그걸 쥐뿔도 모른다는게 이 나라의 빻음 of 빻음이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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