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새 글

아침미소 네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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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미소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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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미소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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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미소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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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물/단체, 사건과 일체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무단펌 금지합니다.


아침미소 네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1편만 쓰려고 한 것이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

 

 

 

“한 잔 받게.”

“예, 총장님.”

“박 소장. 요즘 지내기 어때?”

“이 바닥 다 똑같지요.”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는 가브리엘 박은 이우용총장의 직속 심부름꾼이었다.

 

“이번에도 자네가 수고 좀 해줘야겠어.”

“어떤..?”

“아침미소라고 말이야.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야.”

“그..”

“뭔가?”

 

박 소장은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침미소는 활동 중에 한 번도 꼬리를 잡힌 적이 없는 프로집단이었고 활동양상과 자원조달 등으로 비추어 볼 때 배후에 거대한 돈줄이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소장. 어려운 걸 부탁하는 게 아니야. 그저 뉴스거리 하나 만들어주면 돼.”

“저희 애들도 몇 당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총장은 잔을 들어 몇 번 돌리며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댔다. 얼음이 달그락 거렸다. 잠시 걸려온 전화에 그는 미소를 띠며 통화했다.

 

“우리 딸아이가 치킨이 먹고 싶다는 군. 내가 자네 자식새끼도 아니고 말이야. 어련히 알아서 챙겨주지 않을까.”

 

그 때 누군가 노크 하며 룸으로 들어왔다. 성 마담이었다.

 

“어머, 총장님 오랜만이시다.”

“좀 바빴네.”

“중요한 얘기중이니..”

“아니야, 아니야. 마담도 와서 한잔 하지.”

 

박 소장이 마담을 무르려 했지만 총장이 막았다.

 

“역시 위스키는 빈속이 제 맛이죠.”

 

마담이 너스레를 떨며 잔을 들었다.

 

“박 소장, 걱정 안 해도 되겠지?”

 

마담과 건배를 하며 총장이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다시 연락함세.”

“예.”

 

박 소장이 나간 뒤 마담은 아가씨 한명을 들이고 자신은 홀로 돌아왔다. 마담은 담배를 하나 물며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총장 박 소장 접촉’

 

“언니, 김 사장님이 찾으시네.”

“어, 알았어.”

 

 

 

--

 

 

 

중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흐릿하니 곧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다.

 

“아, 우산 안 가져왔는데.”

 

노란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노란 우산을 들고 빤히 쳐다봤다. 중권은 아이를 향해 웃어보였지만 차가운 반응에 민망하여 고개를 돌렸다. 신호가 바뀌고 머지않아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여, 오랜만이다.”

“오프에선 말이지?”

 

서민은 드론을 활용한 폭죽개발 프로젝트에서 중권과 팀을 이뤘었다. 중권은 로봇공학과 AI전공이었고 서민은 뇌관 설계를 맡았었다.

 

“커피 한잔 줘봐.”

“손 없냐?”

“손님이잖아.”

 

방 안에선 은은한 화약 향기가 흘렀다. 납선과 인두가 바닥에 굴러다니고 기판과 전선이 인테리어처럼 온 구석에 늘어져 있었다.

 

“요즘 뭐해? 일 좀 들어와?”

“이 몸은 너랑은 클래스가 달라서 말이야.”

“방 꼬락서니 보니까 다르긴 하다.”

“시비 걸러 왔냐?”

“일 하나 하자고.”

 

서민은 고개를 삐딱하게 돌려 중권을 올려다봤다. 무슨 잡스러운 것을 물어왔냐는 눈빛이었다. 중권은 커피를 마시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맨날 애들 장난감이나 만들고 있을 순 없잖아.”

“집에서 쳐 노시는 분이 할 말은 아니지.”

“큰 거 하나 하자.”

 

서민은 못 들었다는 듯이 중권을 무시한 채로 자판을 두드리며 설계 테스트에만 열중했다. 버그 리포트 경보가 울렸다.

 

“인생 재밌게 좀 살자고 새끼야. 그거 돌리고 앉아 있으면서 정신 멀쩡하냐?”

 

서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려 앉았다.

 

“중권아, 철 좀 들자. 뭔 또 이상한 거에 홀려가지고..”

 

중권은 잠시 장황하게 손짓까지 해가며 아침미소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서민의 표정은 어두워져갔다. 중권이 말을 끝냈을 쯤 커피는 식어 있었다. 서민은 다시 화면을 향해 돌아앉았다. 한참동안이나 서민은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민아, 좀 들..”

“나도 알아.”

“어..?”

“나도.. 내 여동생이 당한 게 많아서 말이야. 이해 못하는 건 아냐.”

 

서민은 자판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이내 몸을 젖혀 천장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그래도.. 그래도 이건 아냐.”

 

서민은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중권은 서민의 어깨를 짚었다.

 

“우리가 죽어야 할 놈들 걱정해 줄 때, 죽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죽고 있어.”

 

공기가 무거워졌다. 빗소리가 창을 때렸다. 천둥이 낮게 울려 퍼졌다.

 

 

 

--

 

 

 

여자는 남자의 상체 위에 앉아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 다 나체 상태였고 바닥엔 찢어진 속옷이 굴러다녔다. 여자의 눈동자는 충혈 되어 있었고 눈물자국이 보였다.

 

“안돼.. 오늘은.. 한번만..”

 

남자가 잠결에 실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남자는 다시 여자를 보다 놀라 눈이 커다래졌다. 여자가 식칼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엔 네 차례야.”

 

여자는 남자의 목을 내리 찍었다. 단말마와 함께 여자의 얼굴과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여자는 잘 먹겠다는 인사를 한 뒤에 수십 차례 남자의 상체를 난자했다.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며 여자는 남자의 얼굴로 가까이 가서 속삭였다.

 

“흥분 돼? 나는 아직 아닌데.”

 

 

--...으며 피의자는 3년간 사귄 피해자의 상습적인 데이트 강간을 못 이겨 살해 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인영은 차분히 화면을 지켜보았다.

 

“세탁 한 번 필요하겠는걸.”

 

약물팀 총대 선영이었다. 세탁이란 신분을 세탁하여 밀입국 시키는 작업을 말했다.

 

“아무리 나이트가드라도 말이야. 집까지 지켜줄 순 없지.”

 

인영은 자조적으로 읊조렸다. 그 때 소영이 심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수술복 같은 옷에 여기저기 피 자국이 보였다. 소영은 의자에 걸터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만 날렸네.”

“왜?”

 

인영이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우연히 무전을 들었다네. 아마 신입 껄 들은 것 같아.”

“좋다고 혼자 첩보극 찍었구먼.”

“말해 뭐해. 배만 고프지. 뭐 좀 먹어야겠다.”

 

 

 

--

 

 

 

“다녀왔습니다.”

 

불 꺼진 거실에서 코고는 소리와 TV 소리가 작게 들렸다. 연수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앉았다. 책상 위 동생과 찍은 사진에서 밝게 웃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너는 뭐가 그렇게 좋니, 연수는 생각했다.

 

‘더 오래 함께 했다면 좋았을까?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눈물이 흘렀다. 그러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혈육의 정이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이었다. 정말 최선이었는지를 다그치듯 매일 물을 수밖에 없었다. 동생이 미웠고 자신이 미웠으며 이 세상이 미웠다. 연수에게 대단한 사명감 같은 것은 없었다.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그에겐 탓을 할 대상이 필요했다. 너 때문이라고.

 

, 언니. ?”

‘왜는.. 잘 들어갔냐?’

 

자연의 전화였다. 특별한 내용 없이 농담 같은 이야기만 이어졌다. 자연은 연수에 대한 걱정에 전화를 걸었지만 그렇게 살가운 성격을 가지진 못했기에 대화가 겉돌았다. 그래도 연수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연을 많이 따랐다.

 

통화를 끝내고 연수는 노트북을 열었다.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였다. 아침미소가 언론에서 어떤 식으로 다뤄지고 있는지도 관심사였다. 연수에게 부여된 임무는 아니었지만 스스로 그런 활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인터넷에서 무심코 던져지는 말들이 가슴에 아프게 꽂혔지만 피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썩어 문드러진 피부를 들춰내듯 극명하게 보여 질수록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요 모니터링 대상은 오.베.디였다. 주안점은 오프라인과의 관계성이었다. 온라인에서의 그들의 발화가 오프라인의 주류적인 사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했다. 일부의 비행이라고 치부되는 것에 매달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 커뮤니티는 평범한 주류 젊은 층등이 어떠한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었다. 물론 원론적인 이야기에서 잘못된 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사회 현안에 그들이 대처하는 방식에서 그들의 진실 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아침미소에 우호적인 언론은 전무했다.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현실이었다.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에 열광하는 국민도 결국은 달콤한 열매를 원할 뿐, 그 영웅과 함께 죽고 싶어 하는 이는 없었다. 어딜 가나 시끌벅적 했다. 그들은 사실 범죄 자체를 증오하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깎아 내릴 대상과 그것으로부터 우월해질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가 기준이 아니라 무엇이 나를 가로막는가가 분노의 기준이었다.

 

연수는 노트북을 덮고 손으로 눈을 감쌌다. 어쩌면 이 노트북처럼 그냥 덮어버리는 것이 편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트북보다 대단할 것이 무엇일까? 이 세상이 무엇이 그렇게 대단한가? 나는 왜 대단한 세상으로부터 고통 받아야 하는가? 연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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