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새 글

한남이 임신하는 소설(?)

vxxCk명 읽음12개 덧글
* '군대에서 알파와 오메가를 선별한 후 선별된 오메가가 임신하면 되겠네요! 깔깔깔깔' 이 댓글을 달다가 그분(!)이 오셔서 급하게 써봅니다.
* 급하게 썼으므로 엉성한 부분은 그냥 그런가보다 해 주세요 ㅋㅋㅋ
* 이 소설(?)은 매우 무척 대단히 엄청난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 및 기관과 전혀! 어떠한!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 분량을 줄이기 위하여 아주 급한 전개가 이루어지....는데 그래도 기네요...ㅜ_ㅜ


이번 정부는 저출산 대책으로 임신을 기피하는 여성들에게 임신을 강요하는 대신 정부에서 무작위로 선발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임신체험'이라는, 남성에게 임신을 강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 정부는 저출산 극복 의지가 대단히 강해서 남성들의 시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정책을 밀어 붙이는 중이었다.

『-'임신, 알고 보면 나도 할 수 있어요!'-
축하드립니다! 이번 임신체험 대상으로 선정되셨습니다.
선정되신 분들께서는 N월 NN일 09시까지 아래 집합장소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집합장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AA번지, 저출산 특별대책위원회.』

우편물을 펼쳐들고, 당황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설마 내가 대상이 될 줄이야...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지만 임신체험 대상으로 선정된 남성이 불응하여 도망치는 경우 국내라면 어디든 붙잡히기 때문에 도망이 무색하고, 출국금지 명령까지 내려지기 때문에 외국으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임신체험대상자, 일명 임체자가 되면 정부에서 마련한 쉼터에서 열 달 간 몸조리라는 이름 아래 감시를 받게 되고 임신에 성공하면 태아에게 해로운 것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헤비스모커인 나는 이 부분도 큰 걱정이었다.

'진정하자. 어차피 열 달만 참으면 되니까... 군대 2년도 참았는데 열 달 쯤이야...'

문득 '양심적 임신거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머리를 저어 생각을 쫓아냈다. 임신 대신 징역을 살다 나오는 이른바 '양심적 임신거부'를 선택한 남성을 사회에서 곱게 볼 리가 없고 취업에도 불이익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한남동 저출산 특별대책위원회 건물 앞까지 왔건만, 자신이 임신해야 한다는 것이 새삼 체감되어 복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머리를 식힐 겸 건물 근처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고 있자니 아마도 자신과 같은 처지일 남성들 몇몇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같이 들어가는 것이 덜 민망하겠다 싶어 아직 반절이나 남은 담배를 짓이겨 끄고는 급히 그들 뒤를 따랐다.

설명받은 바로는, 여성이 하는 일은 남성도 하는 것이 진정한 성평등이므로 여성들만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임신을 실제로 체험하는 것은 진정한 성평등을 위해서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니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했다. 또, 인공자궁 적응기간인 두 달 동안은 임체자임을 증명하는 목걸이를 항시 하고 다녀야 하며 대중교통 등에 마련된 임체자 좌석을 이용할 권리도 주어진다고 했다. 이 목걸이는 착용하고 나면 허가받은 기계로만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강제로 떼어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적응기간이 지나면 국가에서 엄선한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아기 시술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인공자궁에 착상시켜 열흘 후 출산을 하게 된다. 출산 후에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면 된다고 했다.
목에 달라붙은 목걸이가 신경쓰여서 몇 번이고 만지작거렸다. 정확한 구조를 알 수는 없었지만 일반인이 섣불리 떼어낼 수 있을만한 구조는 아니리라.

적응기간 두 달간 많은 일이 있었다. 임체자 좌석에 앉았더니 여성은 물론이고 같은 남성들마저 '임체자인가봐' 하며 수군수군 거리는 것은 예사고, 임체자 목걸이 차고 길거리에서 담배 핀다고 모르는 할머니와 아주머니께 시비 걸리기를 수 차례, 아직 임신 전 적응기간이라는 해명도 전혀 통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임체자 목걸이가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일면식도 없는 아주머니에게 머리채를 잡힌 일도 있었다.
국가에서 장려하는 정책인데 이런 대우를 받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전에도 임체자 목걸이를 하고 다니는 남성들을 몇몇 보기는 했지만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해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대우를 받는 줄은 알 수가 없었다. 평소의 무관심을 자책하며 두 달간의 적응기간을 마치고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국가지정병원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검사와 과정을 거쳐 혈액 검사를 받았더니 다행스럽게도 한 번에 임신에 성공했다고 한다. 묘하게 기쁜 마음마저 들었다.
처음에는 눈치가 보여 임체자 좌석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배가 점점 불러오고 온 몸의 장기가 눌려 소화불량을 달고 살며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배가 고프고 몸이 무거워져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지쳐서, 임신 6개월쯤 되었을 무렵부터는 부득이하게 임체자 좌석을 이용했다. 하지만 '임신한 게 벼슬이냐'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임신 안 해본 사람 누가 있다고 저렇게 유세를 떠는지 모르겠다'며 아저씨들이 핀잔 주는 소리를 면전에서 듣기 일쑤였다.
호르몬의 변화가 있어서 감정적으로 더 예민해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 받기 쉬워진다는 설명은 들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버스 안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내릴 정거장이 아닌데도 내리고 말았다.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임체자 목걸이를 한 남성이 다른 남성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보였다.
정자 제공자는 원칙적으로는 비밀에 부쳐지지만 허술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임체자가 정자 제공자를 찾아가 낳은 아이를 키우라면서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고 하더니 이 남성들도 그런 상황인 것 같았다.
저출산 대책으로 남성에게 임신을 강제하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태어난 아이의 생명마저 책임지는 것은 아니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국 임체자 남성에게 전부 떠넘겨지는 일이었다. 이를 버티지 못한 임체자 남성들이 정자 제공자를 찾아가 아이를 대신 키우라며 싸우는 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뉴스에서 본 적이 있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정자 제공자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위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던데 아마 이 아이의 정자 제공자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그 사람을 찾아가서 '이 아이를 키워 주세요'하고 말할 수 있을까. 말을 걸어 보기도 전에 쫓겨나지나 않으면 다행 아닐까.
그러면 이 아이를 낳아서 내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온전히 나의 힘만으로 아이를 성인까지 키워낼 수 있을까. 그동안 소모되는 나의 시간과 나의 인생은 누가 책임지는 것일까. 나의 삶을 전부 내던지고 아이에게만 맞춰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변화하는 내 인생은 누가 책임지는 것일까. 이런 것마저 감당하지 못하는 내가 한 생명을 낳아서 키워도 될까. 낳아진 아이의 인생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질문에도 대답을 찾아내지 못한 나는 부른 배를 끌어안고 마포대교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http://ilwar.com/free/248120
+_+마지막 한 줄이 감동스럽네요.

이렇게 써줘도 빻은 한남들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거 같닭.
이렇게 써줘도 지들이 뭘 잘못하고있ㅡㄴ지 깨닫지 못할 한남의 빻음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닭
명작 고맙닭
운영 후원하기